8살에 꾼 꿈, 드디어 이루다!
2025 메이저리그 홈런더비는 팬들에게 단순한 쇼 이상의 감동과 드라마를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평범하지 않은 한 포수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칼 랄리(Cal Raleigh).
전반기까지 홈런 38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는 칼 랄리는,
오타니(23개)와 저지(35개) 같은 거물 타자들을 제치고 지금 가장 뜨거운 홈런 타자로 주목받고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그의 특별함은 단순한 홈런 수치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포수’라는 포지션에서 이처럼 강력한 타격을 보여주는 것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홈런더비 출전 소식이 알려졌을 때 팬들의 기대는 말 그대로 폭발했습니다.
무엇보다 칼 랄리는 단순한 파워 히터가 아닌, 이야기와 스토리를 가진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홈런더비에는 그 외에도 쟁쟁한 타자들이 대거 출전했습니다.
홈에서 올스타전을 치르는 맷 올슨, 어린 나이에도 파괴력을 자랑하는 카미네로, 노련한 저력을 보여주는 바이런 벅스턴,
배트 스피드 하나로 시선을 사로잡는 오닐 크루즈,
타석에 서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제임스 우드, 그리고 치좀 주니어와 오클랜드의 루커까지…
어느 누구 하나 만만한 선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정규시즌 홈런 1위인 칼 랄리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동시에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등에 업은 맷 올슨 역시 강력한 후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경기는 늘 예상을 비껴가는 법입니다.
칼 랄리와 맷 올슨, 두 선수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
팬으로서 너무나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믿을 수 없는 반전이 시작됩니다.
칼 랄리는 루커와 함께 1라운드에서 홈런 17개로 공동 4위를 기록했는데, 2라운드 진출 티켓은 단 한 명에게만 주어졌습니다.
두 선수의 평균 비거리까지 따져본 결과,
칼 랄리의 홈런이 불과 2.4cm 더 멀리 날아간 것이 결정적인 차이가 되며, 칼 랄리는 극적으로 2라운드에 진출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정말 소름 돋을 만큼 드라마틱했습니다.
1라운드에서 탈락 발표가 나올 땐 랄리와 그의 가족 모두 허탈한 표정이었지만,
다시 이름이 호명될 때의 놀람과 환희는 현장에 있던 팬들뿐만 아니라 중계로 지켜보던 모든 이들에게 짜릿한 감정을 안겨주었죠.
더 감동적인 건, 이번 홈런더비에 아버지가 투수로 공을 던지고 동생이 포수로 마스크를 쓴,
그야말로 가족이 함께한 무대였다는 점입니다.
가족애가 깃든 홈런더비였기에 더 많은 응원과 감정을 이끌어낸 순간이었습니다.
1라운드 타임을 부를 때는 칼 랄리의 8살 시절 인터뷰 영상이 나왔습니다. “
나는 나중에 홈런왕이 되고 싶어요.” 순수하고도 당찬 소년의 꿈은 그렇게 수많은 세월을 지나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고,
그 모습에 많은 팬들이 울컥했을지도 모릅니다.
2라운드부터는 칼 랄리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된 듯한 모습이었죠.
상대는 강력한 파워와 배트 스피드를 자랑하는 오닐 크루즈. 많은 전문가들이 크루즈의 우위를 점쳤지만,
랄리는 무려 19개의 홈런을 쳐내며 압도적인 타격을 보여주었습니다.
크루즈는 강력한 홈런을 날렸지만, 홈런이 아닌 타구가 많아지면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고
결국 13개의 홈런에 그치며 탈락하게 됩니다. 칼 랄리는 당당히 결승에 오릅니다.
결승 상대는 카미네로였습니다. 준결승에서 단 8개의 홈런만으로 결승에 오른 카미네로는 체력을 아껴둔 상태였지만,
결승에서는 사뭇 다른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먼저 타석에 들어선 칼 랄리는 18개의 홈런을 기록, 상당한 부담을 안긴 채 타석을 넘겼고, 그 부담감 때문이었을까요?
카미네로는 끝내 15개에 그치며 무릎을 꿇고 맙니다.
칼 랄리, 포수 최초 홈런더비 우승
저의 기억이 맞다면, 포수가 홈런더비에서 우승한 건 칼 랄리가 처음일 겁니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우승은 충분히 역사적이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데요.
스위치히터로서 1라운드에서는 좌타석과 우타석 모두에 들어서며 양손 타자의 면모도 보여줬고,
가족이 함께한 홈런더비에서 극적인 기사회생, 그리고 결국 최초의 포수 우승이라는 새 기록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겹쳐지며, 칼 랄리의 2025년 홈런더비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로 남게 되었습니다.
제가 나름 홈런더비 우승을 픽했던 선수의 탈락에서 우승하기까지 우여곡절까지 겹치며
이번 홈런더비는 잊지 못할 경기가 될 것 같고 앞으로 정규시즌 후반기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열광시킬지 더욱 기대되네요.
PS1. 보스턴 팬으로 홈런더비 계속 나오는 선수가 없어 아쉽네요.